*주의 (스포 포함)

장르: 스릴러, 드라마, 액션, 시대극, 전쟁, 대체역사, 블랙 코미디
감독/각본: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진: 브래드 피트, 마이클 패스벤더, 크리스토프 발츠, 멜라니 로랑, 다이앤 크루거, 일라이 로스, 틸 슈바이거, 다니엘 브륄 등등
오랜만에 영화가 보고싶어서 무엇을 볼까 고민하고 있었다.
최근에 제2차 세계 대전에 관련된 게임을 하면서 당시 역사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기도 하고, 이전에 인스타 릴스를 넘기다가 우연히 보았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역사 공부를 한다는 자기 합리화 후에 나는 영화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대체역사 장르이기 때문에, 실제 역사와는 무관하게 전개되며 충격적인(?) 결말로 영화가 끝난다... ㅎ)
영화는 첫 장면은 1941년도의 프랑스의 한 목장을 배경으로 한다.

이 장면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 장면을 처음 볼 때의 여러분의 경험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알아두면 좋은 역사
1940년 5월달에 나치 독일이 프랑스 침공을 시작하며 독일의 재빠른 기동전에을 통해 1940년 6월 14일, 파리에 입성한다.
당시 독일이 내세운 기동전 전술을 Blitzkrieg라고 한다. 독일어로 "번개처럼 빠른 전쟁"을 의미하는 단어이며, 전차, 기계화 보병, 항공기 등 제병 연합 부대(Combined arms)를 이용하여 적을 기습한 후, 신속하게 점령하는 전술이다.
결국, 프랑스는 개전 46일 만에 항복해버리고 정전협정을 맺는다. 따라서 프랑스 북부와 서부는 나치 독일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았고(프랑스 군정청), 프랑스 남부와 동부는 비시 프랑스라는 나치 협력정부가 세워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샤를 드골이 이끄는, 나치와 협력하지 않은 해외 망명정부가 탄생하는데, 이를 자유 프랑스 망명정부라고 한다. 지금의 프랑스 정부는 전쟁 이후 자유 프랑스 망명정부가 프랑스 본토 정국을 장악한 후로부터 이어진다.
여담으로 비시 프랑스의 이름은 해당 정부의 임시 수도인 비시(Vichy)에서 온다.
1944년, 연합군이 이끄는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성공한다. 파리는 다시금 나치 군정청으로부터 탈환되며 비시 프랑스는 멸망한다.
따라서 영화의 주요 시간대인 1941년도와 1944년도는 프랑스가 항복한 후 나치 지배하에 놓여있는 상태라고 이해한 후 영화를 감상하면 더욱 좋을것이다.

한스 란다. (란다와 쇼샤나가 먹는 저 생크림과 파이에는 엄청난 연출이 포함되어있다.)
사실 묻고 싶은 게 하나 더 있었는데, 제 프랑스어 실력의 밑천이 보이는 것 같군요.
더 이상 서툰 프랑스어를 쓰는 건 저를 민망하게 만들 뿐이에요.
나치 친위대(SS 게슈타포)의 대령, 한스 란다가 이 영화의 메인 빌런격의 캐릭터이다. 유대인을 색출을 담당하는 인물이며, 별명은 '유대인 사냥꾼'이다. 매우 똑똑하교 교활하며, 여러 언어에 능숙하다.
등장하는 매 장면 내 몸이 굳게 만들었으며, 영화를 보는 내내 한스 란다가 주인공들의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한스 란다가 이 영화의 중심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한스 란다는 예측할 수 없는 소나기 같다. 햇빛이 쬐는 영화 장면을 소름끼치게 차가운 빗물로 가득채우다가도 순식간에 다시 화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행간의 말로는 타란티노가 창작한 캐릭터중 단연코 한스 란다가 으뜸이라고 한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하는 연합국 소속의 특전부대인 바스타즈의 대장 알도 레인, 그리고 한스 란다로부터 도망친 적이 있는 유대인이자 영화관 주인인 쇼샤나 드레퓌스.

오른쪽이 알도 레인(브래드 피트) 왼쪽은 그의 동료 도니 도노위츠, 일명 '곰 유대인'(일라이 로스)
도니: 중위님, 나날이 (낙인 새기는) 실력이 늘어나시네요?
알도: 카네기 홀로 가는 방법을 아나? 연습.
두 캐릭터 모두 주인공 격으로, 스토리 흐름상 매우 중요하고 연기와 캐릭터상이 매력적이다. 타란티노 감독의 캐스팅과 캐릭터 창작은 정말 최고인것 같다. 두 캐릭터 또한 한스 란다에 비견될 정도로 인물상이 깊고 다채롭다.
재미있는 것은, 알도 레인과 쇼샤나 둘다 나치를 증오한고 쇼샤나의 영화관에서 나치 고위간부들을 몰살할 계획을 세운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두 캐릭터 사이에 접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통된 적에게 비슷한 계획으로 해를 입히려 하지만 두 캐릭터는 서로는 모르는 사이인것이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알도 레인은 뜨거운 텍사스 브리스킷 같고, 쇼샤나는 파리의 겨울 밤 공기같이 차가운 와인같다.

쇼샤나 드레퓌스
이 영화는 반전의 연속이다. 시청자가 예상하는 진행을 깨버리는 것에 더불어 캐릭터의 감정과 장면의 분위기가 대사 하나하나에 순식간에 뒤바뀐다.
특히 영국측 독일 첩자와 접선하는 술집에서의 감정선이 정말 대단하다. 한 대사 전에는 화목했던 장면이 대사 후에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분위기를 풍긴다.

영국군 중위 아치 히콕스가 세잔의 스카치 위스키를 주문한다.
이러한 반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어였던것 같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미국/영국식 영어 등등 여러 언어가 등장하는데, 이러한 언어의 구사능력, 사투리라고 할 수 있는 억향이 영화 내에서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다. 비언어적인 문화적 요소도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독일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수십배는 스릴넘치고 매력적이게 다가올것이라 생각한다. 내 자신이 독어를 구사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쉬울 뿐이다.
미적으로도 정말 호강이였다. 쉴새 없이 장면이 바뀌다가도, 어떤 때에는 롱 테이크로 진행되며 다채로운 전개가 펼처진다. 영화 기법을 논하지 않고도 그냥 딱 보았을 때 이쁜 장면들도 수두룩하다. 특히 영화 제1장의 프랑스 목장 장면은 앞으로 펼처질 전개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화사하고 밝다. 아름다운 장면들 만큼 잔인한 장면들도 정말 많았다.
한마디로 명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스 란다가 자신이 파이를 먹고 난 뒤 피우던 담배를 그 위에 꽂아 집을 연상케 한다. 이 행동을 하기전 한스 란다는 쇼샤나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지만 까먹었다고 말한다.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장면이다. 영화를 본 후에 해당 장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한줄평: 예측불가한 텐션과 감정의 변화와 온몸이 굳는 서스펜스.
내 별점: 9.5/10